“기자 한 명 없이 뉴스 장사하는 포털이 돈을 벌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먹는 것이다. 뉴스사들이 이익을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 / 4월2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아웃링크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뉴스 편집은 지난해 논란으로 올해 말까지 직접 편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시기를 앞당기겠다.” / 4월25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
“아웃링크에 대한 입장를 밝혀주시면 감사하겠다. 아웃링크로 전환하면 전재료가 있을 수 없다. 플러스 프로그램도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구글 방식의 아웃링크 제휴 방식은 전체가 다 아웃링크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4월26일, 네이버가 언론사들에게 보낸 메일 가운데.
(다음은 5월2일 미디어오늘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실 등이 공동 주최한 “포털 댓글과 뉴스 편집의 사회적 영향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의 발표 전문입니다.)
위 그림은 네이버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입니다. 뉴스는 최고의 미끼 상품이고 여전히 네이버의 핵심 콘텐츠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아웃링크 안 된다는 건)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에게 친일파가 하는 소리. 우리가 독립하면 일본만큼 잘 살 수 있어? 지금 이만큼 사는 게 누구 덕인데. 조센징들은 안 돼. (이런 식이지.)”
한 언론사 편집국장 선배께서 하신 말씀인데요. 요즘 업계에서 아웃링크에 반대한다고 하면 이런 소리를 듣는 게 현실입니다. 졸지에 친일파 취급을 당하는 신세가 됐지만 일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네이버의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검색 점유율이 뉴스 점유율로 이어집니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뉴스 이용 점유율입니다. 2016년 기준이고요. 포털 3사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이 85.2%나 됩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1~2% 남짓이고 나머지 131개 뉴스 사이트를 다 합쳐도 10.5% 밖에 안 되죠.
우리 뉴스를 왜 포털에서 읽나? (사실 뉴스를 갖다 판 게 언론사들이긴 하지만요.) 여기에서 문제의식이 시작됩니다.
위 두 그래프는 각각 포털에서 뉴스 섹션의 방문자 수와 페이지 뷰입니다.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의외로 다음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다음은 뉴스에 투자를 많이 했죠.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두 배지만 뉴스 페이지뷰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바일로 오면서 한국 사회의 네이버 의존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뉴스 페이지뷰도 크게 늘었습니다.
네이버의 페이지뷰는 월 255억 건에 이릅니다. 한국 사회에서 네이버의 힘을 무시할 수 없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인터넷언론백서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네이버 순 방문자는 월 3159만 명, 이 가운데 뉴스 섹션 방문자는 1965만 명, 62.2% 정도가 뉴스를 이용한다는 거죠. 뉴스를 아예 안 보는 사람들도 10명 중 4명이나 되는군요.
전체 페이지뷰 중에 255억 건 중에 뉴스 페이지뷰는 25억 건이고요. 전체 체류시간 150억 분 중에 뉴스 체류시간은 20억 분, 13.4%를 차지하고 1인당 체류시간은 1.7시간 정도입니다.
사실 신문은 뉴스의 메인 플랫폼이 아닙니다. 종이신문은 당연히 아니고 언론사 홈페이지도 아닌지 오래됐습니다.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죠.
결합열독률을 보면 신문을 떠났을 뿐이지 여전히 뉴스를 안 보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읽기는 읽는다는 거죠.
뉴스를 꼭 우리 홈페이지에 와서 읽어야 돼? 이제 발상을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분산 플랫폼의 시대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이 그래프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의식조사 자료인데요.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 이용 시간이 길고요. 모바일 비중은 오히려 50대와 60대 이상이 더 높죠. 뉴스 이용 시간 역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모바일과 밀레니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놀라운 그래프 두 장입니다. PC에서는 뉴스를 아예 안 본다는 사람들이 67.2%나 되죠. 모바일에서 뉴스 접근성이 더 높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더 놀라운 건 PC나 모바일로 뉴스를 본다고 답변한 사람 가운데 87.8%(PC)와 73.9%(모바일)가 언론사 사이트를 아예 찾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는 겁니다. 역시 언론수용자의식조사 자료입니다.
실제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흥미로운 건 모바일에서 네이버 뉴스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는 겁니다. 포털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변한 사람 가운데 88.3%가 네이버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변했습니다(중복 포함). 포털에서 뉴스를 보지만 PC로는 전혀 접속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도 59.8%나 되고요.
한국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라기 보다는 언론사에 대한 불신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만, 포털 종속과 브랜드 없는 뉴스 시대의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포털 규제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것만 추려도 20여개에 이릅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신문법 개정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죠. 중복되는 부분을 모으면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매크로 프로그램 금지.
둘째. 뉴스 서비스의 회계 분리와 미디어렙 도입, 방송발전기금 부과.
셋째. 인위적인 기사 배열 금지와 자동화.
넷째. 광고와 정보 검색 결과 구별.
다섯째. 아웃링크 의무화.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첫째. 댓글 조작 문제는 네이버가 가루가 되도록 까여도 할 말이 없습니다.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문제인데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그렇지만 포털 사업자가 여론 조작을 방치하고 있다고 볼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포털 입장에서도 여론 조작을 방치한다는 오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고 매크로 프로그램 금지에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법제화도 가능할 거고, 네이버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댓글 폐쇄까지 거론되나 그건 오버라고 보고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봅니다.
둘째. 뉴스 서비스의 회계 분리 역시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기 보기 어렵습니다. 포털은 뉴스 서비스에서 수익은커녕 오히려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뉴스 콘텐츠의 집중이 양대 포털의 과점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 측면을 감안할 수는 있겠으나 회계 분리로 포털의 뉴스 서비스의 매출을 더 높게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입니다. 막상 까고 보니 매출이 얼마 안 되네? 그럴 가능성이 크죠. 물론 여기에는 뉴스 콘텐츠의 간접적인 수익 창출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독점의 효과 역시 쉽게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고요. 방송발전기금 부과도 실효성이 없다고 봅니다.
셋째. 포털의 뉴스 편집을 전면 금지한다? 그래서 알고리즘에 맡긴다? 분명한 건 알고리즘 편집 역시 설계자의 의도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포털의 뉴스 편집이 공정한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알고리즘에 맡겨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구글은 알고리즘을 공개하는데 네이버와 다음은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절반 정도만 맞습니다. 구글이 공개하는 알고리즘은 아주 기본적인 수준일 뿐 구글도 알고리즘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알고리즘의 원칙을 공개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만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으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건 환상이고 착각입니다. 오히려 진보와 보수, 메이저와 마이너, 온갖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변수 하나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출렁거릴 거고요. 그걸 아웃링크로 돌린다? 아마 오히려 새로운 어뷰징과 여론 조작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넷째. 정보 검색 결과에서 영리적 목적의 광고를 구분하라는 건 충분히 검토할 만하나 지금도 파워링크와 스페셜링크 등으로 별도로 광고 섹션이 구분돼 있습니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를 테면 ‘꽃배달’을 검색했을 때 광고 섹션을 먼저 보여주는 걸 금지하는 게 아니라면 광고라는 사실을 좀 더 명확하게 표시하게 하는 것 이상의 대안을 찾기 어렵습니다. 구글처럼 광고 섹션을 없애고 일반 검색 결과와 같은 레이아웃을 쓰라고 강제할 수는 있겠으나 그게 지금보다 더 공정하거나 이용자들의 혼선을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죠.
다섯째. 박상중 의원 등이 발의한 아웃링크법 법안을 보면 “기사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서비스”에서 “기사를 매개하는 서비스”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사를 돈 주고 샀든 사지 않았든 포털 사업자가 기사를 직접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죠. 아웃링크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독자들을 넘겨줘야 한다는 건데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나 모바일 환경과 과거 뉴스캐스트의 경험 등을 감안해 부작용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정리해 볼까요? 댓글 조작 논의에서 촉발됐지만 댓글 조작에 대한 해법과 포털 규제 이슈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주요 언론사들이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는 아웃링크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다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뉴스 콘텐츠 제값받기는 왜 실패했을까요.
지난해 6월 신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안명호 숙명여대 교수의 발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 교수의 주장이 신문협회의 주장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신문협회의 전재료 인상 요구와 뉴스 콘텐츠 제값 받기의 논리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우리나라 국민이 PC,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1주일에 평균 272.53분 뉴스를 보는데,
2. 포털 체류시간 가운데 40% 정도가 뉴스 이용과 관련됐다고 보면,
3. 전체 포털 매출액 대비 뉴스 저작물에서 얻는 매출액이 3528억 원에 이른다.
네이버와 다음이 언론사들에게 지급하는 전재료와 플러스 프로그램 등이 1000억 원 정도라고 보면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네이버의 광고 매출에서 검색 광고 비중이 82.4%를 차지합니다. 노출형 배너광고는 비중이 매우 적고 그나마 뉴스에서 발생하는 광고는 매우 일부분이라는 거죠.
물론 뉴스는 적자라는 포털의 볼멘 소리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공짜 뉴스가 아니었다면 네이버와 다음의 압도적인 점유율이 가능했을지 의문이고 포털이 공짜 뉴스를 뿌리면서 뉴스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포털이 뉴스 소비 관련 데이터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수익 배분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양대 포털이 콘텐츠 유통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아무런 협상의 카드가 없습니다. 과점 상태가 지속되면서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고요. 뉴스 노출 시간에 맞춰 광고 매출의 80%를 달라는 신문협회의 주장은 다분히 억지스럽고 황당무계하지만 산술적인 계산을 넘어선 이익 배분 논의, 더 나가 뉴스 생태계의 재편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흥미로운 건 이 논문의 발표 시점과 맞물려 네이버가 지난해 6월, 200억 원 규모의 플러스 프로그램을 공개했다는 겁니다. 구독료 성격으로 100억 원과 광고 수입 배분으로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올해 1월부터 분기 단위로 실적을 집계해 지급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상당수 언론사들이 전체 금액 대비 실제 받는 금액이 크지 않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죠. 네이버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돈을 풀었는데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일 겁니다.
마지막 남은 수단은 결국 아웃링크일까요?
네이버와 다음의 전재료와 네이버 플러스 프로그램을 더하면 연간 1000억에서 많게는 2000억 원 규모에 이를 거라는 게 업계 추산입니다. 언론사 단위로 쪼개면 크지 않은 돈이지만 과연 이걸 포기할 수 있는 언론사는 몇이나 될까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2004년의 경험을 떠올릴 필요도 있습니다. 일간스포츠와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굿데이, 스포츠투데이 등 5대 스포츠신문이 포털과 계약을 중단하고 한꺼번에 파란닷컴으로 옮겨갔죠. 파란닷컴은 2년 동안 5개 신문에 120억 원을 주기로 하고 연예·스포츠 콘텐츠를 끌어들였으나 파란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고 2012년에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스포츠신문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스타뉴스와 팝뉴스, 조이뉴스, 리뷰스타, 고뉴스 등등 온갖 새로운 매체들이 채웠고요.
2013년에는 광고주협회가 주도한 나쁜 언론 퇴출 프로젝트가 있었죠. 사이비 언론이 문제라고 떠들었지만 메이저 언론에 광고를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었습니다. 연합뉴스에 포털 탈퇴를 압박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메이저 신문사들의 영향력 회복이 목표였던 거죠. 조중동매가 모바일에서만큼은 포털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다 2015년에서야 들어온 것도 이런 논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결국 전재료와 기타 등등의 대가를 챙겼죠.
2015년에는 5인 미만 언론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신문법 개정안이 위헌 결정을 받기도 했고요. 그리고 실체 없는 가짜 뉴스 논란과 댓글 조작 논란에 이어 아웃링크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몇몇 언론사가 빠져나가도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계속할 것입니다. 일부 언론사가 연합뉴스에 포털 뉴스 공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했지만 설령 연합뉴스가 탈퇴하더라도 뉴시스가 있고 뉴스1이 있고 통신사들이 얼마든지 줄을 서 있습니다. 자연 독점이든 아니든 네이버는 막강한 권력을 확보하고 있고 네이버를 전면 해체하기 전에는 네이버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게 대부분 언론사들의 현실입니다.
네이버가 2009년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2013년에 폐지하기까지의 과정을 복기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인링크냐 아웃링크냐가 아니라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에 있습니다. 네이버에 집중된 엄청난 규모의 트래픽은 네이버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죠. 기사 한 건에 1000만 명이 넘게 읽는 상황은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요. 그래서 언론사들에 트래픽을 나눠줬더니 어뷰징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그때 우리 모두 저널리즘의 바닥을 봤습니다. 그래서 결국 네이버는 2013년에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여러 언론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규모가 큰 언론사들은 전재료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영향력 복원 차원에서 아웃링크 전환을 원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사들은 당장 전재료도 전재료지만 어느 정도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는 네이버 안에 남아있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역시 인링크 방식을 유지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을 보냈습니다.)
한국신문협회는 4월1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의견서를 내고 박상중 의원의 법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문협회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링크가 담론 시장의 건강성과 저널리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단순히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직접 뉴스를 ①선별 ②편집 ③노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며 의제를 설정하고 이슈를 프레이밍하고 있다.
– 한국에는 ‘네이버 신문’과 ‘카카오 일보’ 두 개의 신문만 존재한다.
–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여론의 획일화가 이뤄지며, 뉴스의 황색화, 연성화, 파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언론사가 고비용을 들여 생산한 정보 부가가치가 포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불평등‧불공정 거래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 언론사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뉴스 콘텐츠에 대한 투자 등이 어려워져 건강한 뉴스 생산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구글과 같이 검색을 통한 매개 또는 기사 제목 및 리드 노출을 통한 매개 등 그 방식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 기준은 정상적인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언론사,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기사 등이 우선 노출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 포털에서 서비스되는 뉴스기사는 이용자를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다.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매개하더라도 포털 (광고)수익을 뉴스 콘텐츠 생산자와 배분하도록 해야 한다.
– 구글은 양질의 저널리즘을 지원하기 위해 가짜뉴스 방지와 언론사 기술 혁신 등 미디어 산업에 3년 동안 3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뉴스사이트에 게재되는 광고수익을 신문사와 배분(언론7 : 구글3)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법원에서도 신문사 기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구글에게 합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이 나온 바 있다.
– 아웃링크로 전환하더라도 기사 제목 및 리드에 붙는 광고의 경우 구글처럼 광고수익의 일정 비율을 언론사에 배분(구글의 경우 매체 70%, 구글 30%)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신문사들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죠. 다음은 신문협회 소속의 주요 언론사 사설이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구글 같은 글로벌 포털들이 기사를 링크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한 것과 반대다.” / 조선일보 사설.
“네이버와 달리 구글 등 해외 주요 포털은 뉴스를 클릭하면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을 쓰고 있다.” / 중앙일보 사설.
“구글 등 세계 검색시장의 90% 이상이 아웃링크 방식인 것은 댓글·순위 등의 조작 가능성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 동아일보 사설.
“아웃링크 전환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이처럼 반쪽짜리 대책을 내놓은 것은 포털 본연의 역할보다는 ‘댓글 장사’에 치중하는 기존의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고 있어서다.” / 한겨레 사설.
“미국 구글이나 중국의 바이두처럼 네이버에 올라있는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 경향신문 사설.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해 포털에서는 댓글을 쓸 수 없게 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 한국일보 사설.
“포털을 통하더라도 개별 언론사로 접속해야 기사 본문을 볼 수 있게 하는 아웃링크 방식의 의무화는 물론, 포털의 정치·사회·경제적 폐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입법을 국회가 서둘러야 할 때다.” / 문화일보 사설.
“아웃링크 방식 도입만으로도 네이버의 폐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 / 세계일보 사설.
“인터넷 여론 조작을 없애려면 포털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연결되도록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은 구글처럼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국민일보 사설.
“아웃 링크로 바꾸면 바로 모든 언론사에 수익을 안겨 줄 것인지는 따져 볼 문제다. 아웃 링크로 이익이 생기지 않는 언론에는 중장기적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서울신문 사설.
신문협회의 주장은
첫째, 아웃링크를 하더라도 수익 배분을 해야 한다.
둘째, 뉴스를 전면 폐지는 안 된다. (구글 뉴스처럼 애그리게이션 서비스로 전환하라.)
셋째, 노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언론사,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기사를 우선 노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로 봐서는 메이저 언론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가 반격을 했죠.
첫째, 매체별 단계별 전환은 없다. (가게 되면 모든 언론사가 한꺼번에 간다.)
둘째, 아웃링크에 전재료는 없다. (플러스 프로그램도 중단된다.)
셋째, 뉴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모바일 뉴스 판도 폐지할 수 있다.)
결국 언론사들의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첫째, 전재료 수입을 포기할 것인가? (광고 수입 배분을 요구하더라도 아마 턱없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네이버 독자들을 포기할 것인가? (물론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없애면 언론사 직접 방문이 늘어날 수도 있다.)
셋째, 알고리즘이 답인가? (알고리즘이 여론 다양성을 보장한다고 확신할 수 있나? 편집자들을 믿지 못하는데 기계는 믿을 수 있나?)
인링크와 아웃링크의 SWOT 분석을 해봤습니다.
인링크를 유지할 경우.
아웃링크로 전환할 경우.
사실 어차피 지금 네이버는 연합뉴스(통신사)와 조중동 판입니다.
포털이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 기사를 좋아하는 것은 속보성 기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포털의 독과점 논란을 피하려 기계적인 중립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아젠다 세팅과 키핑 보다는 이슈 파이팅 중심의 기사가 선택됩니다. 네이버의 효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론 다양성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네이버를 해체한다고 해서 여론 다양성이 보장된다고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네이버가 뉴스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걸 요구하는 언론사도 없고요. 어차피 지금 네이버 PC 접속 첫 화면에는 뉴스가 없습니다.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고 극단적으로 뉴스를 없애는 선택을 한 건데요. 네이버 입장에서는 어차피 모바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국면이라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웃링크의 시뮬레이션을 해볼까요?
언론사 직접 방문자 수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종이신문 발행부수와 순위도 거의 비슷하죠. 조선일보는 6개월 페이지뷰가 3억 건이 넘습니다. 언론진흥재단 2016년 디지털뉴스백서 자료입니다.
이 그래프가 말하는 게 뭘까요? 네이버 바깥에서도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크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계열사와 커뮤니티 트래픽이 반영돼 있긴 합니다만.
포털 뉴스 트래픽이 언론사 전체 트래픽 합계보다 2.64배나 더 많습니다.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겠죠. 만약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면 언론사 트래픽이 3.64배로 늘어날 거라고. 물론 광고도 비례해서 늘어날 거고요. 단순 가정입니다만 이게 아웃링크 논의의 출발입니다. 만약 트래픽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면 기꺼이 포털 전재료도 포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합뉴스와 통신사들입니다. 포털이 없다면, 이 가정은 연합뉴스가 없다면(포털에서 사라진다면)이란 가정이 깔려 있는 것이죠. 네이버가 자의적으로 뉴스를 편집하지 않는다면 뉴스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여론 영향력도 그만큼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죠.
언론사들이 알고리즘 편집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텐데요. 일단 알고리즘도 연합뉴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이미 알고리즘 편집으로 넘어갔죠. 이 그래프를 보면 다음이 오히려 통신사 비중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요? 엄밀하게는 알고리즘이 연합뉴스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사람이 편집하던 시절처럼 안전한 통신사 뉴스를 많이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돼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애초에 알고리즘의 뉴스 풀이 통신사 중심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뉴스 풀에 집어넣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이 합니다.
왼쪽이 사람이 편집하는 네이버, 오른쪽이 기계가 편집하는 다음인데요. 알고리즘으로 가더라도 연합뉴스 편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조중동이 생각하는 것처럼 조중동이 여기서도 짱 먹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거죠. 연합뉴스와 통신사들이 트래픽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고요. 그건 그것대로 또 논란이 되겠죠.
알고리즘 편집 좋아하시는 분들은 카카오 채널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알고리즘이 편집하는 뉴스, 여기에 어떤 공정성과 저널리즘 원칙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나요? 그냥 많이 읽히는 콘텐츠를 우선 편집하는 것입니다. 네이버 뉴스가 이렇게 가지는 않겠지만 카카오 루빅스 시스템을 봐도 알고리즘의 기본 철학이 더 많은 콘텐츠 소비에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Multi armed Bandit Algorithm’은 클릭률과 체류시간이 성과지표입니다. 제가 갖는 의문은 이것입니다.
클릭률이 떨어지더라도 좋은 뉴스를 추천할 수 있는가?
좋은 뉴스는 클릭률을 높일 것인가?
알고리즘이 공정할 거라는 믿음을 버려야 합니다. 훌륭한 알고리즘은 인위적인 편집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겠지만 결국 문제는 네이버의 과도한 점유율이고 알고리즘 뒤에 숨는 것으로 비난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윤영찬 당시 네이버 이사가 2013년 9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죠. (지금은 청와대에 가 계시군요.)
“뉴스스탠드의 해결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돌아갈 수는 없다. 뉴스캐스트 부작용과 뉴스스탠드의 편의성 부족을 모두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도입은 절대 없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구글처럼 가겠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인 것 같은데, 사실 이건 습관의 문제입니다. 미국은 주요 언론사들 트래픽 유입 가운데 1위가 구글 모바일입니다. 페이스북을 앞질렀죠. 주요 언론사 트래픽의 47%가 외부 유입인데, 이 말은 곧 53%가 직접 방문자라는 의미가 되겠죠. 앞서 살펴봤듯이 한국은 이 비율이 4% 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96%는 다른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이 네이버와 다음에서 뉴스를 읽는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뉴욕타임스의 트래픽 소스를 보면 직접 방문 비율이 43.1%, 검색 유입이 33.5%입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오는 비율은 6.1%고요.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한국은 뉴스 트래픽의 72.4%가 포털에서 이뤄집니다. (조사 방식에 따라 더 높기도 하고요.) 검색 하지 않아도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니까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필요가 없는 것이죠.
네이버판 구글 뉴스라는 건 어떤 그림이 될까요?
지금 구글 뉴스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메이저 언론 비중이 굉장히 높습니다. 다행히 미국 언론사들은 광고도 많지 않고요. 네이버가 구글처럼 알고리즘 기반의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하고 네이버의 엄청난 트래픽을 언론사들에 나눠줄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아웃링크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 포인트, 공정한 기사 배열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특정 언론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거나 특정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 과연 가능할까요?
두 번째 포인트, 최소한의 알고리즘 원칙을 공개하고 사회적 감시와 비판을 수용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기업의 영업 노하우고 알고리즘의 공개가 또 다른 어뷰징의 통로가 될 수도 있으나 네이버가 갖는 여론 영향력을 감안하면 공정성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와 감시 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개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욕을 먹을 것이고 끊임없이 편향성 논란에 시달릴 것입니다. 바이러스와 백신처럼 계속해서 공격을 받게 될 거고요. 그렇지만 비판을 감수하고 계속 개선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포인트, 인링크와 아웃링크의 중간 단계도 있습니다. 구글 AMP나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습니다. 독립된 프레임과 빠른 로딩 속도, 언론사들에게 트래픽을 돌려주면서 광고 매출도 보장할 수 있고, 독자들에게는 일관된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여전히 네이버의 트래픽을 원하고 아마 독자들도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점프하는 걸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구글 AMP 도입 이후 구글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언론사 트래픽 점유율도 높아졌다는 사실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겁니다. 네이버 방식의 AMP 서비스가 가능하겠죠.
네 번째 포인트, 인링크로 가되 뉴스 편집과 레이아웃을 확 바꾸는 방법도 가능할 겁니다. 언론사들의 불만은 첫째, 네이버와 다음에서 뉴스를 보는 독자들이 뉴스의 브랜드를 인식하지 못하고, 둘째, 네이버와 다음이 엄청난 광고 매출을 가로채고 있고, 셋째, 의제 설정과 영향력을 뺏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짚고 넘어갈 것은 언론사 페이지로 찾아와서 뉴스를 보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자들을 홈페이지로 유인하고 패키지 단위로 뉴스 서비스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언론사들도 인정해야 합니다. 뉴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메일 뉴스레터로 뉴스를 읽기도 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읽기도 하고 온갖 어그리게이션 서비스와 큐레이션 콘텐츠도 넘쳐나죠. 홈페이지는 페이스북과 네이버와 뉴스레터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등 수많은 채널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요. 네이버 집단 탈퇴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첫째, 언론사 로고를 좀 더 두드러지게 노출하고, 둘째, 언론사마다 기사를 묶어서 볼 수 있게 한다거나, 셋째, 기사 노출 데이터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거나 뉴스 유통 채널과 어그리게이션 서비스로서 역할에 충실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보게 하되, 개별 언론사의 편집 의도를 일부라도 반영하고 관련 기사로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을 일부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일부 언론사들의 불만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다섯 번째 포인트, 뉴스 없는 네이버도 한국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한 극약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가 검색에 집중하고 뉴스를 포기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고요. 결과적으로 혼란의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 저널리즘 생태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 네이버가 포기하더라도 다음은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강제로 뉴스 포기를 종용한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들에게도 큰 모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 1억 뷰를 만드는 트래픽 소스를 포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죠. 알고리즘 방식의 오픈 채널로 바뀐 카카오 채널이 그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뉴스가 아닌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할 것이고 상당수 이용자들은 다른 형태로 정보를 취득할 것이고 뉴스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우려도 있습니다.
여섯 번째 포인트, 단순히 네이버 뉴스 섹션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뿐만 아니라 추가 수익 배분을 요구할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신문협회의 주장이 다소 과도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네이버의 독점 구조에 뉴스 콘텐츠가 기여한 바가 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단순히 광고 수입 뿐만 아니라 검색 광고와 여러 부가 서비스에 뉴스의 기여도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언론사들에게 몇 푼 더 주어주는 게 아니라 대안 플랫폼에 대한 고민과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돼야 할 걱ㅂ니다.
일곱 번째 포인트, 댓글 시스템은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댓글 조작을 방치하고 있거나 가담하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기도 하고요. 댓글은 기사의 연장이거나 확장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뒤엉키는 공론장의 역할을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바로 잡으면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댓글 조작을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덟 번째 포인트. 언론으로서의 네이버와 다음을 인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네이버의 뉴스 공정성 논란은 높은 점유율에 따르는 숙명이죠. 네이버가 첫 화면 뉴스를 직접 편집하던 2009년 이전에는 기사 한 건을 1000만 명이 읽는 일도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공정하게 편집하더라도 여론의 쏠림 현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뉴스는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을 만든 핵심 콘텐츠였지만 영리 기업으로서 네이버는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 있는 뉴스를 게재할 용기도 동기도 없었습니다. 극단적으로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버린 것도 네이버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이었겠지만 네이버의 기계적 중립이 또 다른 여론의 왜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네이버가 뉴스 편집을 계속한다면 계속해서 비판에 직면하고 바꿔나가면서 신뢰를 강화하는 것 이상의 해법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네이버에 대한 신뢰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아홉 번째 포인트. 어떤 형태로든 네이버 뉴스 시스템이 계속 간다면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력과 함께 이너 써클과 아웃터 써클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네이버가 외부 블로그를 검색 결과에 반영한 것도 몇 년 되지 않습니다. 좋은 콘텐츠에 대한 최고의 후원은 트래픽과 영향력을 주는 것입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게 만드는 것이 포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가 포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열 번째 포인트. 결국 네이버의 외부를 키우고 네이버의 대안을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네이버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다음이나 구글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바뀔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습관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다만 새로운 제안을 던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진르터우탸오나 독일의 업데이 같은 인공지능 기반의 뉴스 추천 서비스가 등장한다거나 미국의 인클이나 핀란드의 스트로슬 같은 여러 언론사들이 연대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다거나 네이버를 넘어서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네이버와 정면으로 승부를 벌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네이버의 외부에서 자생하는 언론사가 늘어날 것입니다다. 100개의 똑같은 기사를 써내는 100개의 언론사들이 우글거리는 네이버를 떠나는 독자들도 늘어날 것이고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언론사 직접 방문 비율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언론사 브랜드 인지도, 여기에 사실 답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문제지만 결국 네이버에 없는 어떤 것들을 만들고 그걸 독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합니다. 개별 언론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브랜드를 강화하고 네이버 뉴스와 직접 경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아웃링크로 가되,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네이버의 독점과 한국의 뉴스 생태계 시스템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네이버 뉴스를 없애는 것이 그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게 언론사 트래픽으로 넘어오지 않을 것이고 독자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고요. 아웃링크도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되, 알고리즘의 개선과 여론 다양성 확보가 전제돼야 합니다. 이용자 효용과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한 고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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