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보강하겠습니다. 투자 유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형식과 내용 모두 전면 리뉴얼을 하겠지만 올웨이즈 베타 정신으로 계속해서 고쳐가면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2. 다시 현장 기자로 뛰면서 본격적으로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실험해 보려고 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에서 찾는 해법은 모범 답안이 아니라 시행 착오의 경험을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고 우선 순위를 다시 설정하느냐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고요.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의 구조를 파고 들되 가능한 실험과 시도, 접근 방식을 추적하면서 의제화하는 과정입니다.
3. 컨텍스트 레터를 발행합니다. 뉴스 고관여자들을 위한 맥락 분석 서비스를 날마다 아침 7시에 발송합니다. 조만간 프로토 타입을 베타 서비스로 오픈하겠습니다. 1년 안에 10만 구독자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4. 슬로우뉴스는 솔루션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형식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비행기를 고친다는 각오로 구조와 맥락에 집중하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실험하고 강화하겠습니다.
5. 오연호 선배가 좋은 제안을 주셔서 한시적으로 오마이뉴스에서 콘텐츠 혁신 자문위원을 맡기로 했습니다. 사내 교육도 준비하고 있고 구독 전략 등에 조언도 드리기로 했습니다. 슬로우뉴스와 오마이뉴스 공동 기획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6. 콘텐츠 제휴 환영합니다. 광고와 후원 문의도 좋고요. 투자 제안도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지역 대학과 지역 신문 등과 협업 프로젝트도 곧 오픈하겠습니다. 5월 쯤에 슬로우뉴스 홈커밍 데이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7.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격려와 응원의 말씀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슬로우뉴스를 끌고 온 창간 멤버들, 민노씨와 캡콜드님을 비롯해 써머즈님, 펄님, 들풀님, 뗏목지기님, 제라드님, 필로스님, 강정수님, 노모뎀님 등등 여러 동인 여러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잘 만들어 보시죠.
1-1. 슬로우뉴스의 창간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겠지만 11년 전 슬로우뉴스를 만들 때 꿈꾸었던 의제 설정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한국 언론의 새로운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와 건강한 수익 구조, 지속가능한 대안 언론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2-1. 슬로우뉴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레퍼런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문제, 답이 없거나 답이 있더라도 모호하고 근본적인 해법에 이르지 못하는 오래된 문제들, 모두가 절망하고 냉소하는 이슈를 찾아서, 구체적으로 가능한 실천이나 실험, 의미있는 변화와 사례를 찾고 그걸 매뉴얼화해야 합니다.
4-1. 언젠가 때가 되면 악시오스 같은 매체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발견되지 않는 뉴스는 죽은 뉴스입니다. 사람들이 찾아 읽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악시오스의 ‘Smart Brevity’에서 ‘Brevity(형식)’는 쉽게 따라할 수 있지만 ‘Smart(내용)’가 진짜 실력이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찰을 끌어내고 의제를 제안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핵심입니다. 모두가 저널리즘의 위기를 말하지만 저는 도전과 기회의 영역이 있다고 믿습니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각오로 출발해 보겠습니다.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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